[인사이트 칼럼] 미친 짓에 투자할 수 있나요?
"저건 미친 짓이다."
300년 전,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오이에서 햇빛을 뽑겠다고. 대리석을 말랑한 베개로 만들겠다고. 배설물을 다시 음식으로 되돌리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미친 짓들이 전부 산업이 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때, 비웃지 않고 먼저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지난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는 "천재는 바보들의 공격을 받는 법"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근데 정작 자기 소설에서 진짜 천재들을 못 알아봤습니다.
라퓨타 학술원 학자들이 말도 안 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씁쓸하게 기록한 거죠.
그 학술원, 사실 당시 영국 왕립학회를 그대로 풍자한 거였고요.
그 왕립학회를 이끌던 사람이 바로 뉴턴이었다는 반전, 지난 글에서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스위프트가 "헛소리"라고 기록했던 그 구체적인 연구들이, 지금 어떻게 현실이 됐는지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때 투자했다면 ① 오이에서 햇빛 추출하기
라퓨타 학술원의 한 학자는 8년째 이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이에서 햇빛을 뽑아내서 병에 담아뒀다가, 여름인데도 쌀쌀한 날 병을 열어 공기를 데우겠다는 거였죠. (영국 여름은 흐리고 쌀쌀한 날이 잦습니다.)
걸리버는 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씁쓸한 마음으로, 얼마 안 되는 돈을 쥐여주고 돌아섰습니다.
근데 지금, 그 아이디어의 본질 "유기물에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태양광 발전과 바이오연료 산업이 그대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한 번쯤 해봤을 감자 전지 실험도 같은 원리입니다.
그때 투자했다면 ② 배설물을 음식으로
배설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서 다시 식재료로 되돌리겠다던 연구.
역시, 담담한 무시와 씁쓸함 속에 기록된 연구였습니다.
근데 지금,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오줌을 정수해서 마시는 물로, 배설물까지 순환시키는 생명유지시스템을 실제로 쓰고 있습니다.
그때 투자했다면 ③ 글 쓰는 기계
학술원엔 이런 장치도 있었습니다.
단어가 적힌 나무 조각을 손잡이로 돌려서 무작위로 조합해, 문장과 책을 만들어내는 기계입니다.
걸리버는 이번에도, 딱하다는 듯 가만히 지켜만 봤습니다.
근데 지금 우리,
이 기계를 매일 쓰고 있습니다.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AI, LLM 모델입니다.
이번 주,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라퓨타 학술원엔 대리석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베개나 바늘꽂이로 쓰겠다는 학자도 있었습니다.
역시나, 담담한 시선과 씁쓸한 무시 속에 남은 연구였죠.
그런데 이번 주, 서울 강동구에서 정확히 이 아이디어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건축 마감재 브랜드 노이리움이 '휘어지는 돌'이라 불리는 플렉서블 스톤, 노이스톤을 공식 론칭했습니다.
노이스톤은 강화유리섬유와 천연 광물을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결합한 소재로, 천연 대리석의 질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형 기둥이나 웨이브 형태의 곡면 벽에도 시공할 수 있습니다.
무게도 1㎡당 2~5kg 수준으로, 기존 대리석보다 훨씬 가볍고요.
노이리움의 노이스톤은 서울 노이갤러리에서 첫 프리미엄 컬렉션으로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또 하나의 '단단함'이 무너졌습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6)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겁니다.
화면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20형 '와이드 스트레처블'은 세계 최대 크기로, 화면을 두 배 이상 키운 제품입니다.
차량 계기판, 디지털 콕핏, 휴머노이드 로봇, 곡면 사이니지 같은 곡면이 필요한 곳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돌도 휘어지고, 화면도 늘어납니다.
'단단함'이라는 고정관념 자체가, 지금 여러 산업에서 동시에 깨지고 있는 겁니다.
300년 전 "미친 소리"가, 이번 주 "신제품 출시" 뉴스로 그대로 실현된 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아직 안 끝난 이야기입니다
라퓨타 학술원엔 이런 교육법도 있었습니다.
수학 공식을 얇은 과자에 적어서 학생에게 먹이면, 공부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식이 습득된다는 발상이었죠.
당연히, 헛소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 상상, 사실 대중문화에서 이미 한 번 구체화된 적이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목에 잭을 꽂고 이렇게 말하는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나는 쿵푸를 안다."
배우는 과정 없이, 지식이 뇌에 바로 들어오는 상상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상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뉴럴링크를 통해 현실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뇌의 신호를 밖으로 읽어내는 단계입니다.
지식을 뇌 안으로 직접 넣는 방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오이, 배설물, 글 쓰는 기계, 전부 처음엔 헛소리였고, 지금은 산업입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재능이 아니라, 안목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안목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되는 감각입니다.
오늘부터, 당신 눈앞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배워서쌀먹이 함께합니다.
- 첨부한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