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신을 메고 은행에 간 남자,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작성자 이상우 ·

2026, 4월 실제 있었던 실화 입니다.

인도에서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50대 남성의 누나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남자는 은행 계좌에 남은 누나의 돈19,300루피(한화 약 30만원)을 찾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서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은행은 사망 사실을 증명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는 무덤을 팠습니다. 누나의 유해를 어깨에 메고 3km를 걸어서, 은행 앞에 섰습니다.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 소식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

맞는 말입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입니다. 완전한 문맹은 1%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숫자가 떠올랐습니다.

실질적 문해력.
관공서 서류를, 금융 약관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
전체 성인의 약 80%뿐입니다.

나머지 20%는, 글자는 읽지만 세상을 읽지 못합니다.

글자 문맹은 사라지고, 디지털 문맹이 왔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은행 창구가 사라졌습니다. 모바일 뱅킹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식당에 사람이 없습니다.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습니다. 정부 지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 인증 없이는, 신청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누구는 스마트폰으로 자산을 만듭니다.

인도의 남자가 글을 몰라 시신을 짊어졌던 것처럼, 지금 우리 곁의 누군가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해 어쩔 수 없는 기본권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불편함이 아닙니다. 고립입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디지털 문해력은 스펙이 아닙니다

저는 중장년과 어르신들에게 AI와 디지털 도구를 가르칩니다. 제 그룹에는 교수님도 있으며, 기업 대표, 의사와 같은 전문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디지털 문해력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기술이 빨라질수록,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높은 벽이 됩니다. 정보의 격차는 곧 소득의 격차가 됩니다.

소득의 격차는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쉬이 익혀 날로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디지털은 사람을 가두는 벽이 아닙니다.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또 하나의 글자입니다. 나와 세상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기술이 해야 할 일입니다.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세종이 백성들에게 천자문을 외우라 명합니다.

백성들은 말합니다.

“먹고 살기 바쁩니다.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세종은 크게 노합니다.

일이 바쁘다는 것도, 시간이 없다는 것도, 배우지 않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글자를 모르면 평생 남에게 속고, 빼앗기고, 억울해도 하소연조차 못한다고.

지금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요.”
“바빠서요.”
“어려워서요.”

이 핑계들 뒤에서, 누군가는 병원 예약을 놓치고, 지원금을 못 받고,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자산을 만들어갈때 세상에서 밀려납니다.

https://youtu.be/FEoB7ZJGRno?si=HHcvaug8zFgejV3W

시간이 없어서 못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지 않아서, 계속 시간에 쫓기는 것입니다.

저는 인도의 사건을 보며 “한국에서 태어나 다행이다” 라며 안도하는 데서 끝내지 않으려 합니다.

세종이 화를 낸 것은, 백성이 미워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핑계 뒤에서 평생 손해 보고 살 백성이 안타까워서였습니다.

지금 배우지 않으면, 그 대가는 내일의 내가 치릅니다. 바쁘다는 핑계, 시간이 없다는 핑계, 여유가 없다는 핑계, 이제 내려놓을 때입니다.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을 때, 기술은 비로소 모두의 것이 됩니다.
나만 편해지는 기술이 아니라,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기술.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입니다.

배워서쌀먹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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