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가 나를 평가할까?

작성자 이상우 ·

"까라면 까야지."

한때는 이 말이 곧 사회생활의 정석이었습니다.

방송국 PD의 말 한마디에 방송 편성이 바뀌고,
회사 상사의 눈빛 하나에 야근이 결정되던 시절.

우리는 그 시선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회의실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는 직장인의 뒷모습


제도권 미디어를 떠올려 보십시오

방송국 심의위원회가 전파를 쥐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수준 미달"이라 판단하면, 그 콘텐츠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직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조직도, 인사고과, 원청의 승인.
내가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언제나 위에서 결정했습니다.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위(上)가 어떻게 보는가."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심의위원회가 없습니다.
있는 건 실시간 데이터, 조회수, 그리고 대중의 반응뿐입니다.

콘텐츠가 좋으면 알고리즘이 밀어줍니다.
콘텐츠가 별로면, 그 누구의 허락도 없이 조용히 묻힙니다.

심판관이 바뀐 겁니다.

전문가 몇 명의 잣대에서,
수많은 대중의 선택으로.

스마트폰 화면 속 유튜브 알고리즘과 실시간 조회수 그래프를 형상화한 일러스트

통제하는 손이 사라진 게 아니라,
손의 주인이 바뀐 것입니다.


1인 기업의 세계도 똑같습니다

더 이상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원청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고객이 직접 판단합니다.

좋으면 다시 찾아옵니다.
별로면, 아무 말 없이 떠납니다.

이보다 더 정직한 심사가 있을까요.

월마트를 만든 샘 월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사의 진짜 상사는 임원이 아니라 고객이다.
고객은 돈을 다른 곳에 씀으로써 누구든 해고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 역시 아마존의 원칙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에 집착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해 거꾸로 일한다.

상사가 정해준 방향을 따라가던 시대에서,
고객이 있는 곳부터 거꾸로 설계하는 시대로.


통제의 방향이 바뀌면, 수익의 방향도 바뀐다

과거에는 "허가"를 받아야 돈이 됐습니다.

방송 출연 허가, 승진 허가, 프로젝트 배정 허가.
누군가 나를 "합격"시켜줘야만 수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연결"이 돈이 됩니다.

알고리즘이 나를 대중과 연결해주고,
고객이 나를 필요로 하면
그 자체가 곧 수익입니다.

개인 크리에이터가 노트북 하나로 전 세계 고객과 연결되는 모습을 표현한 네트워크 일러스트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거 : 상사·원청의 눈치, Top-Down식 허가, 고정된 월급

지금 : 고객의 반응, 네트워크 연결, 내가 만든 자산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겁니다.

위(上)에서 → 밖(外)으로.


조혜련의 '아나까나'가 증명한 것


20년 전, '아나까나'는 방송 심의에 걸려 자취를 감췄습니다.
전문가들의 잣대로는 "저속하다"였습니다.

20년 후, 대중이 다시 불러냈습니다.

유튜브에서, 대중의 자발적인 호응으로.

무대 위에서 다시 인기를 얻는 코미디언의 실루엣, 뒤로 환호하는 관객

이 역주행이 상징하는 건 단순합니다.

"누가 나를 평가하는가"가 바뀌면,
"무엇이 성공인가"도 바뀐다는 것.


조직 안에서 고객을 본 사람, 충주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었던 김선태, 일명 '충주맨'.

그는 엄연히 관(官)의 위계 안에 있었습니다.
상급자 결재, 격식 있는 홍보 문법.
원래대로라면 그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르게 일했습니다.

연간 예산 62만 원, 도구는 주변 지인.
정해진 매뉴얼이 아니라
조회수와 댓글, 대중의 반응을 보며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편집실에서 컴퓨터 한 대로 영상을 편집하는 공무원의 모습

그가 쓴 책 『홍보의 신』의 부제는 이렇습니다.

"충주시 홍보맨의 시켜서 한 마케팅"

시켜서 시작했지만,
정작 성공은 '시키는 대로' 해서 오지 않았습니다.

책의 목차 중 한 대목은 이렇게 말합니다.

때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개인도 조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그는 조직의 문법과 부딪히며
100만 구독자를 목전에 두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조직을 떠났습니다.

조직 안에 있으면서도 고객을 보고 일한 사람.

그 방식이 결국 그를 조직 밖으로 이끈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이제는 상사의 표정을 살필 필요가 없습니다.
원청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고객을 바라봐야 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고객이 왜 나를 다시 찾는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1인 기업가입니다.


시선을 바꾸는 것.

그것이 평생직장 시대와 1인 기업 시대를 가르는
가장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배워서쌀먹이 함께합니다.

첨부한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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